삼성 스마트폰에 LG화학 배터리 탑재 결정, LG가 얻는 잠재적 이익은?

삼성 & LG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 경쟁사 배터리 공급으로 LG가 얻는 이익은? -

삼성이 내년도 출시예정인 차세대 스마트폰에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차 공급 계약 규모는 약 100만대 수준으로, 정확히 어떠한 기종에 탑재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공급 규모와 시기로 볼 때 갤럭시S8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다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LG와 삼성의 스마트폰 핵심 부품 계약 체결에 이를 결정하게 된 LG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LG화학의 배터리 공급으로 삼성의 배터리 논란이 수그러지면 결과적으로 볼 때 LG가 경쟁사인 삼성을 도와준꼴이 될 수 있지만, 사실 LG로써는 삼성의 배터리 공급 요청을 거부할만한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LG입장에서 삼성은 가장 신경쓰이는 경쟁사 중의 하나이지만, 삼성이 차세대 스마트폰에 자사 배터리 탑재를 완전해 배제했다고 가정할 때, LG화학이 배터리공급을 거절한다해도 삼성은 ATL, 소니, 리샨 등 차선책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LG화학이 배터리 공급을 거부한다고 해서 삼성이 후속 스마트폰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LG화학이 삼성에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얻는 금전적, 잠재적 이익은 상당합니다. LG는 현재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가전, 화학, 디스플레이 등의 흑자로 메우고 있는 실정인데요. 삼성과 LG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출시주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삼성 스마트폰의 선전이 LG 스마트폰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출하 규모 자체가 심하게 차이나는 상황이며, LG는 경쟁사인 삼성의 스마트폰에 의해 자사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도 역으로 배터리 공급은 늘기 때문에 자사 스마트폰의 판매가 부진해도 어느정도 적자폭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협상 체결로 LG전자도 부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하나의 돌파구를 얻은 셈이 됩니다. 과거 LG전자는 스냅드래곤 810 AP의 발열이슈로 인해 곤욕을 겪어야 했는데요. 이때문에 스냅드래곤810 AP를 탑재한 'G플렉스2'가 혹평을 받으며 약 3만대의 판매량을 보이며 시장에 참패했고, 이후 스냅드래곤820 AP가 출시될때까지 전략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808 AP을 탑재하며 버텨야 했습니다.

반면, 삼성은 자사의 엑시노스 AP를 보유하고 있어 스냅드래곤 발열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요. 배터리 협상을 시작으로 LG와 삼성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을 때 LG 또한 삼성의 AP를 공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삼성의 엑시노스AP는 주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만 사용되지만, 중국 메이주가 삼성으로부터 엑시노스AP를 공급받아 스마트폰을 생산한 사례가 있습니다.

LG와는 반대로 배터리 교체를 전격결정한 삼성 입장에서는 이 배터리 공급체결이 양날의 검일 수 있습니다. 아직 갤럭시노트7의 폭발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함으로써 갤럭시S8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다음 스마트폰마저 폭발이슈가 발생할 경우 폭발원인이 배터리가 아닌 제품설계결함으로 기정사실화 되면서 갤럭시 스마트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삼성에게 딱히 다른 방도가 없긴 해 보입니다.

두 기업의 이익계산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앙숙같았던 국내 두 기업의 파트너십 전략에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적적인 면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해가 갈 수록 눈에띄게 성장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사이에서 삼성과 LG가 서로 힘을 보태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윈윈전략을 성공시켰으면 좋겠습니다.